곙제

2008. 9. 30. 15:16
'ㅕ→ㅔ' 경남 방언, 19세기도 존재

방언의 보고 '유합 필사본' 발견

"실데없이 주께지 마라"는 경남 사투리는 '쓸데없이 지껄이지 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주께다'는 말이 200년 전에도 그 지방에 존재했던 방언임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됐다. 이상규(李相揆) 국립국어원장은 최근 대구의 한 고서점에서 개인적으로 찾아낸 19세기 초의 《유합(類合)》 판본인 '을유(乙酉) 필사본'을 분석한 뒤 공개했다.

《유합》은 《천자문》《훈몽자회》와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한자 입문서였고, 칠장사판(1664), 선암사판(17세기), 송광사판(1730) 등 수많은 판본들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서구에서 최초로 번역된 한국 서적인 《유합》의 1838년 독일어 초판본이 발견되기도 했다.〈본지 2006년 4월 11일자 A23면 보도〉

그런데 이 원장이 찾아낸 '을유 필사본'은 상당히 특이한 판본이다. 가로 25.8㎝, 세로 32.4㎝ 크기이며 42면 분량인 이 책은 모두 1515자를 수록했다. 본문이 끝나는 곳에 '을유이월십오일필서(乙酉二月十五日畢書)'라는 기록이 있어 을유년인 1765년이나 1825년에 필사된 것으로 보이지만, 표기법을 볼 때 1825년(순조 25)의 자료로 보인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문제는 원래 경남 합천 지방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자료가 19세기 초 우리말 방언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數'(수)라는 한자 아래에 '셰알닐 수'라는 한글을 써 놓았는데 이는 '헤아리다'를 '셰알니다'로 썼던 당시의 경남 방언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세아리다' '세알리다' '시알리다' 등의 사투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改'(개)자 밑에는 '곤칠 개', '喧'(훤)자 밑에는 '죽겔 훤'이라고 썼다. '고치다'를 '곤치다', '지껄이다'를 '죽께다'라고 했던 당시의 방언이 지금과 비슷했음을 알 수 있다. '稻'(도)를 '나락 도'로 설명했는데 '나락'은 '벼'에 해당하는 남부 방언이다. '귀뚜라미'는 '�들내비'라고 했는데 지금도 경남에선 '구돌배미' '구둘배미' '구둘빼미'라는 말이 남아 있다.

"여기 '뼈'를 '뻬'라고 쓴 것을 보십시오."

이 원장은 변자음(ㄱ·ㅂ·ㅎ) 뒤에서 실현되는 'ㅕ'가 'ㅔ'로 발음되는 현재 경남 방언의 특징도 이미 이 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음을 짚어주었다. '경제'를 '겡제'라고 발음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투는 이렇듯 유서가 깊은 셈이었다. 이 원장은 "어휘와 표기법, 음운을 비롯해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연구할 분야가 대단히 많다. 토속 사투리 역시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이자 민족 문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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